문학광장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문장과 깊은 사유가 머무는 공간입니다.

■ 정성수 文學 散策■

  • AD 내외매일뉴스
  • 조회 40
  • 2026.08.15 17:28
 
 
말복 날 죽은 귀신
 
 
말을 타고 복날 달려 본 사람만 안다
등에 끓는 폭포수 떨어지고
사타구니에 가랫톳 선다는 것을
쉬엄쉬엄 달려도
세월은 가고 마는데
 
조또 모르는 인간들은
보신탕 아니면 삼계탕을 먹고
멍멍거리거나
꼬꼬댁거린다
 
매미도 혀를 내두르고 비도 구름 뒤로 숨는
말복 날 받은 복은
뜨거워서 좋다
못 먹어도 go다
 
말복 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
 
 
[시작 노트]
 
​폭염이 뼈마디를 녹일 듯 짓누르는 말복(末伏) 날 한복판이다.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땀방울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요, 사타구니에 가랫톳이 돋을 만큼 아픈 생(生)으로 그것은 지독하고 열렬한 노동이자 투쟁이다. 쉬엄쉬엄 고삐를 풀어도 세월은 저 혼자 유유히 달려간다. 세상 사람들은 복날이라는 핑계로 개를 잡고 닭을 고며 보신에만 열을 올린다. 제 삶을 타오르게 하는 진짜 '뜨거움'은 알지도 못한 채 멍멍거리고 꼬꼬댁거리는 꼬락서니가 기가 찰 뿐이다.
 
​시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단지 삼복더위가 아니다. 치열하게 삶의 말복을 달려본 자만이 아는 생의 환희와 비장함이다. 매미조차 혀를 내두르고 비조차 구름 뒤로 숨어버린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온몸으로 맞아들이는 더위는 생의 구원이다. ​인생 뭐 있겠는가. 피할 수 없다면 삶의 한복판으로 냅다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밑져야 본전이고, 못 먹어도 Go다. 시는 사리사욕과 겉치레로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뱉어내는 뜨거운 침 한 방울이자, 내 생을 향해 던지는 화끈한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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