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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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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23 17:05
 
 
신호등은 잠들지 않는다
 
시인 이영하
 
 
새벽은 아직
사람들의 발걸음을 깨우기 전인데
교차로에는 먼저 눈을 뜬
신호등 하나 서 있었다.
 
붉은빛으로 멈춤을 지키고,
노란빛으로 잠시 더 생각하라 말하며,
푸른빛으로 세상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누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가.
누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가.
그럼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자기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사관생도 시절 가슴에 새겼던
충성이라는 두 글자가
조용히 되살아났다.
 
충성이란
큰 목소리로 맹세하는 일이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끝까지 자기 임무를 지켜 내는 일.
오늘도 신호등은 말없이 빛을 바꾸며
수많은 생명의 길을 안전하게 이어 준다.
 
세상이 오래 평화로운 것은
이름 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수많은 신호등 같은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작 노트>
새벽 다섯 시, 아파트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직 사람보다 먼저 깨어 있는 존재가 있다. 교차로마다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신호등이다. 누구도 박수를 보내지 않고, 누구도 이름을 불러 주지 않지만, 하루 스물네 시간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공군사관학교 시절 가슴 깊이 새겼던 '충성'이라는 두 글자가 다시 떠올랐다. 충성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도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지켜 내는 삶의 태도임을 신호등은 오늘도 말없이 가르쳐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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